성경번역 이론과 역사적 배경(2)

성경번역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공부할 때 반드시 한번은 읽어야 하는 책이 지난 번 글에도 언급한 유진 나이다(1914-2011)가 쓴 책들이다.  내가 풀러에서 PH.D 공부를 할 때에도 나이다가 특별 강사로 초대되어 번역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동양 사람처럼 체구도 왜소하였고, 조금 연로하였지만, 그의 강연에서 쏟아내는 학적인 열정과 박식함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성경번역에 관심을 기울인 많은 단체들이 있지만, 20세기 세계 성경번역 사역을 주도한 두 개의 큰 기관은 성서공회(Bible Society)와 내가 속한 국제SIL(Summer Institute of Linguistics). 그래서 그런지 성경번역과 관련된 공부를 할 때에는 이 두 기관의 저자들을 책을 한 번씩 읽게 된다. 

나이다가 1947년 33살이라는 약관에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책인 “성경번역하기(Bible Translating)”를 출간하였다. 그리고 꽤 긴 시간동안 성경번역이나 자문자로서 경험을 쌓다가 번역을 과학적인 영역으로 올려놓으려는 시도로 1964년에 “번역을 하나의 과학으로”(Toward a Science of Translating)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을 조금 더 보완하여 1969년에 본격적으로 출간한 책이 지난 글에 소개한 찰스 타버(Charles R. Taber)와 함께 적은 “번역 이론과 실재”(The Theory and Practice of Translation).

나이다를 중심으로 성서공회에서 성경번역에 관한 책을 내 놓자, 에스아이엘(SIL, 발음을 ‘실’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에스.아이.엘 이라고 한다)에서도 번역 부분에도 관심을 더욱 갖기 시작했다. 성서공회와 에스아이엘 두 기관이 세계에 있는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주된 기관임에도, 번역이론에 대해서는 성서공회가 상대적으로 항상 앞서 갔다. 성서공회는 주로 큰 언어그룹(이미 문자가 있는 공용어나 국가어)을 번역했고, 후발주자인 국제 에스아이엘은 1930년대 후반에 카메룬 타운젠드(William Cameron Townsend, 1896-1982)가 소수부족을 위한 성경번역 사역을 시작한 후 부터, 한 번도 문자화 되지 못한 전 전 세계 소수부족언어에 집중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국제 에스아이엘은 성경번역이론 보다는 언어학적인 분석과 연구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했다고 보는 편이 낫다. 

나이다가 번역이론에 대해 활발하게 저술할 동안,에스아이엘에서는 탁월한 언어학자인 켄 파이크(Ken Pike, 1912-2000)를 중심으로 문법소론(Tagmemics)과 음운론(성조어 포함) 분석에 관한 언어학적인 저술들을 내 놓아 언어학 발전에 현격한 공을 세웠다. 사실 나이다와 파이크 모두 동시대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둘 다 국제 에스아이엘 소속이었는데,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나이다가 미국 성서공회로 이적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 다 강조하는 분야는 약간 달랐지만 많은 부분에서 언어학적인 지식이 서로 겹치면서 각각의 분야에 학적으로 엄청난 기여를 한 것에 대해선 지금은 고인이 된 이 두 분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자세한 정보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보길 바란다]

비록 조금 늦었지만, 성경번역에 관해 국제 에스아이엘도 번역이론에 서서히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죤 비크만과 죤 캘로(John Beekman and John Callow)가 1974년에 “하나님의 말씀 번역”(Translating the Word of God)라는 책을 출간했다. 또 조금 있다가 에스아이엘 소속이었던 캐서린 반웰(Katharine Barnwell)이 1980년에 “의미론과 번역 소개”(Introduction to Semantics and Translation: with Speical Reference to Bible Translation)을 썼다. 특히 캐서린의 책은 번역에 관심있는 자들을 조금 더 쉽고, 잘 가르치기 위해 강의 형식으로 만든 책이었다. 이 책을 현지인들을 위한 훈련 교재로 1990년에 “성경번역: 현지 사역자들을 위한 기초과정”이라는 책도 내기도 했다. 현재 캐서린은 에스아이엘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Seed International 로 소속을 바꾸어 70대 후반임에도 국제 번역 자문 코디로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내가 최근(2012-2013)에 아프리카에 가서 구약 번역 자문을 하게 된 것도 캐서린과 시드(Seed)의 부총재인 래린 존스 박사의 추천 때문이었고, 국제번역 컨퍼런스에 가면 종종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에스아이엘에서 낸 책들은 번역을 과학적으로 접근했다고 보기 보다는, 성경 번역하는 과정을 기술적(descriptive)으로 설명했다고 보는 편이 더 낫다. 복잡한 인식론적이고 추상적인 언어학적 이론에 바탕을 둔 이론들 보다는 기술적인 접근 방법이 성경을 번역할 때에 더 유용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번역의 특성 때문에 번역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라는 말도 종종 하곤 한다.  

이 당시까지에 나온 성경번역에 관한 책들은 성경을 번역할 때, 독자들이 쉽게 텍스트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그 강조점을 두었다. 성경 텍스트도 언어로 기록된 책이라 현대 독자들이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방대한 언어학적인 문제들을 쉽게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 목표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과정에서 번역자는 순수 언어학적인 문제들인 단어의 의미, 문장론, 담화분석에서부터, 성경 본문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사회언어학적인 문제(상황과 배경)까지를 고려해서 독자들에게 텍스트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주된 과제가 된다. 70-80년도에 이러한 과정에서 늘 부록처럼 함께 논의 되었던 “기능적 등가”(functional equivalent)인데, 이 말은 그 후 20여년 간 (아마도 지금까지도) 학자들 간에 엄청난 토론과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다음 글에 계속 하기로 한다)

2019-01-03T07:49:48+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