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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과 의사소통(1)

성경활용
작성자
제순 정
작성일
2019-02-25 11:50
조회
263

인간이 쓰는 언어는 항상 변한다. 한글 성경도 언어와 환경의 변화와 함께 지금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 왔다. 아래 글은 중국 선교사였던 존 로스가 한국인 번역자들의 도움을 얻어 출판한 최초의 신약성경(예수셩교젼서) 중 마가복음 1장 23-26절까지의 내용이다.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평안도 사투리에 띄어쓰기는 아예 없고, 지금은 사라진 아래 아(.)도 있다. 우선 띄어쓰기과 아래 아를 없애면 다음과 같다.

“23. 회당에 더러운 귀신 품은 사라미 이서 불너 갈오되 24. 나살옛 예수야 우리 너로 더부러 어드러기네 와셔 우리를 망하나뇨 내가 너를 뉜줄 알아는 거시 하나님의 셩하난 쟈라 하니 25. 예수 최망하여 갈오샤대 입닷고 나오라 하매 26. 더러운 귀신이 그 사람을 지랄케하며 큰 소리를 불우제기고 나오니…”

이것을 다음에 있는 개역개정과 비교하여 보라.

23 그 때에 회당에 악한 귀신 들린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24 “나사렛 사람 예수님, 왜 우리를 간섭하려 하십니까? 우리를 없애려고 오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압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입니다.” 25 예수께서 그를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입을 다물고 이 사람에게서 나가거라” 하셨다. 26 그러자 악한 귀신은 그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서 큰 소리를 지르며 떠나갔다.

성경을 번역한다는 것은 번역할 당시의 언어와 사회적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언어는 우리가 짐작하는 대로 우선 소리와 관련되어 있는데, 위의 번역본을 보면 세종대왕이 만들었을 때의 훈민정음의 홀소리가 세월이 가면서 조금씩 변했고, 아래 아(.) 같은 소리는 지금의 “ㅏ” 소리와 흡사해도 당시와 비교하면 분명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어휘도 사투리가 아니라고 해도, 그 때와 비교하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본다. 이러한 언어학적인 내용 외에도 당시에 평안도 지방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하는데 사용한 말임을 우린 알 수 있다. 그 지역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의 환경 안에서 자유스럽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말인 셈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유식한 말로 “사회언어학적인 환경”이라고 한다. 성경을 번역한다고 할 때 이런 요소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을 우린 알아야 한다.

번역된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사회언어학적인 요소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우리가 상황(콘텍스트)라고 하는데 이 상황 안에 전후 문맥적인 요소와 사회 문화 속에서 서로 의사소통하는 방식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다음의 성경 본문을 한번 보자.

1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2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 3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4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5 그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니라 6 거기에 유대인의 정결 예식을 따라 두세 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7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귀까지 채우니 8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9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 10 말하되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 하니라 11 예수께서 이 첫 1)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요 2:1-11)

이 성경 내용에서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중심인물은 물론 예수의 어머니와 예수이다. 그런데 이 둘의 대화 내용이 언뜻 읽어서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우선 예수의 어머니가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고 예수에게 말했다. 술 떨어진 내용을 말했다. 그런데 예수의 대답은 전혀 엉뚱하게 들린다.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예수의 대답을 중심으로 생각해 본다면 예수의 어머니가 말한 목적이 분명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이런 생각이 가능하다. ‘때가 된 것이 아닙니까? 지금 술 떨어졌는데 주께서 나서야 될 때가 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런 대화가 일어난 때는 1장에 예수님이 세례를 받고 나다니엘을 부르시고, 난 후 사흘 째 되던 날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때’라는 중요한 시간적 흐름이 있다면, 여기 가나 혼인잔치에서 기적을 행한 내용으로 ‘영광’을 드러내고, 제자들이 믿었다는 것도 기록되어 있다. 비록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이지만, 이러한 말들이 조합되어 의사소통하는 자의 의도를 드러낸다. 성경 본문 속에 있는 다양한 내용을 고려하여 텍스트를 통해서 드러내고자 하는 뜻을 찾는데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주해(기록된 본문의 의사소통 목적을 아는 것)라고 한다.

요한복음 2:1-11절에서 봤듯이 성경 기록자는 성경 텍스트를 통해서 우리와 진정한 의사소통을 하길 원한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1) 성경 기록자는 자신의 언어를 통해서 독자들과 함께 의사소통 하려는 목적이 있다. (2) 성경 기록자는 자신의 목적을 전달하기 위해 본문을 만들 때 다양한 환경을 사용했다. 시간, 장소, 등장인물, 대화방식… (3) 서로 알아 들을 수 있는 일상적인 말을 사용하지만, 그 말들을 통해서 나오는 함축된 의미(혹은 행간의 의미)도 함께 드러내길 원한다. (4) 그런 내용을 일반적인 이야기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으면, 한 이야기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이어지면서 발전적인 내용을 갖고 있음을 본다.

이런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번역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하다. 성경번역과 함께 반드시 성경을 가르칠 자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